한국화 거두, 소정 변관식 탄생 100주년 유작전, 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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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 변관식(1899~1976)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서울 순화동 호암갤러리에서 대규모 유작전이 1999년 2월 12일부터 4월 11일까지 열렸다. 변관식 생전에 유랑생활에서 그렸던 금강산 그림 19점, 시골풍경 20여 점을 선보였다. 사진은 전시된 그의 작품 ‘농가의 가을밤.’ 종이에 그린 수묵담채로(120x157cm) 제작년은 1960년 초로 추정된다. 이 작품은 화가 자신이 그림 속으로 들어가 바라본 시각이 부각되어, 보는 이가 그림의 그윽한 가을밤 정취에 빠져들게 한다. ‘농가의 가을밤’이지만 청명한 가을날, 커다란 둥근달은 조요하게 밤을 밝히고 있다. 이 그림은 대담한 구도와 묵직한 느낌의 적묵법(먹이 마른 후 다시 겹쳐 그리는 것)에다 파선법(선을 파괴한다는 뜻. 그어진 선 위에 진한 먹으로 튀기듯 점을 찍어주는 기법)을 썼다. 파선법이 주는 긴장감은 나무에서 생기로 변해 수묵화지만 화폭 전체에 활기가 돈다. 양 측에 거대한 나무가 곡선을 그리며 서있고 가지가 부드러이 휘어져 뻗어 눈에 거스르지 않다. 좌측 나무에 부엉이가 앉았고 둥그런 달을 걸쳐 놓아 밤이 온 것을 알린다. 가을철이 가장 바쁜 농부는 이제야 일을 마치고, 누렁이를 몰고 초가집으로 돌아오고 있다. 밤이 맞도록 일한 그는 누렁이 앞에 보이는 길처럼 그해를 부드러이 넘어갈 듯하다. 변관식은 황해도 옹진 생으로, 부친 한의사 변정연과 조선왕조 화단의 마지막 세대인 조석진의 딸 사이에 둘째로 출생했다. 조실 부모하여 어린 시절 외조부 조석진 집에서 보내 화가 가풍에서 자랐다. 외조부 조석진(1853~1920)은 안중식(1961~1919)과 더불어 조선 화단의 쌍벽을 이루는 거두였다. 변관식은 15살 때 조선총독부 공업전습소 도기과에 입학하여 2년간 수학했다. 변관식은 조부 조석진이 쉽사리 화가로 인정해주지 않아 조부가 지도하던 당시 미술 교육기관 서화미술회 강습소에도 정식으로 입학하지는 못했으나, 이에 드나들면서 이당 김은호, 심산 노수현, 청전 이상범 등과 함께 공부하면서, 기존의 미술계 관행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1925년 일본에 가서 동경미술학교를 청강생으로 수료했다. 광복 후 초기 국전에 참여하였으나 심사 부조리를 개탄하여 작품활동만 했다. 변관식은 역동감 넘치는 구도와 둔중하고 강한 필치로 한국적 정취의 독자적 실경산수화의 전형을 이뤄냈다. 변관식은 외조부처럼 한국화단의 거두가 되었다. 그의 작품 세계는 청전 이상벽과 대조를 이루며 해방 후 한국화단의 거대한 쌍벽으로 우뚝섰다. 이상벽은 마을에서 흔히 보이는 언덕과 들판을 소재로 수평 구도와 부드러운 세필치로 한국적 산수화를 그렸다[헤럴드DB/ 우재복 기자 jb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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