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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임기초엔 靑, 임기말엔 檢이 칼자루… ‘임용권-수사권’ 무기로 끝없는 신경전
대통령과 검사, 그 애증의 관계
대통령에 검사·검찰총장 임용권 불구
군사정권 이후 제왕적 권위는 붕괴
전두환·노태우서 현직 MB까지
임기 중 본인·가족·측근 잇단 사법처리
 
대선 주자 檢개혁안 확고한 국민적 지지
검찰 성역 해체 피하기 힘들 듯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죠?”

2003년 3월 9일 평검사들과의 대화에서 한 검사가 ‘대통령도 모 검사에 청탁전화를 한 게 아니냐’고 따지자 노 전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이 한 마디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대통령과 검사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검사 임면권자는 대통령이지만, 대통령을 ‘잡을 수도(?)’ 있는 게 검사다.

“막 가자는 거죠” 발언 직후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에 들어갔고, 측근들이 대거 사법처리된다. 이 일로 핵심참모들의 추진력이 떨어지면서 노 전 대통령은 가장 힘이 세다는 임기 초부터 날개가 반쯤 꺾인다.

법적으로 대통령은 검사 임용권자이며, 검찰 간부 인사를 직접 결재하며,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임면할 권한이 있다.

하지만 검찰도 기소독점권을 갖고 있어 대체가 불가능한 데다, 검사동일체 원칙으로 조직원이 똘똘 뭉친 조직력을 갖고 있다. 비리 혐의로 사법처리된 전두환ㆍ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본인을 비롯해 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도 임기 중 가족과 측근들이 사법처리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임기 중 측근 사법처리는 물론이고, 퇴임 후 본인까지 직접 검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국회의원 시절 선거법 위반으로 사법처리된 경력이 있으며, 대통령 후보시절에는 ‘BBK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대통령 취임 후에도 친형과 측근들이 대거 사법처리됐고, 내곡동 사저 의혹으로 친아들까지 검찰 조사 대상이 됐다. 전ㆍ현직을 통틀어 지난 25년간 검찰로부터 자유로웠던 대통령은 단 한 사람도 없었던 셈이다.

대통령이 ‘제왕(帝王)’적 권위를 갖던 군사정권 때만 해도 검찰의 힘은 대통령에 미치지 못했다.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의 기억을 빌리면, 전두환 대통령 시절 실세였던 박철언 청와대 비서관이 검찰총장을 비롯해 검찰 수뇌부를 몽땅 불러놓고 훈계하는 장면이 나온다. 심 전 고검장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1급 비서관 앞에 장차관급 검찰 간부들이 맥을 못춘 셈이다.

긍정적인 면만 보면 1987년 민주화 이후 법치(法治)가 자리를 잡아오면서 ‘만인 앞에 평등한 법 집행’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절대권력이 붕괴되면서 검찰 스스로가 또 다른 절대권력의 성격을 띠기 시작한 것이다. 헌법상 대통령을 임기 중 소추할 수는 없지만, 대통령 측근에 대한 수사와 기소는 검찰의 고유 권한이다. 또 검찰의 수사결과가 어떠냐에 따라 현직 대통령도 퇴임 후 사법처리할 힘을 갖고 있다.

“막 가자는 거죠?”라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그래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 입장은 정말 ‘막 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참여정부 첫 검찰총장인 송광수 총장의 임기 말, 청와대는 대검 중수부 폐지 카드를 들고 나왔다.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지만 그때부터 중수부는 이미 정치권으로부터 검찰 권력의 핵심으로 지목받으며 가장 큰 견제 대상이었다. 당시 송 총장은 “중수부를 없애려거든 내 목을 쳐라”며 강력 반발했고, 끝내 청와대와 중수부 축소 선에서 타협을 봤다.

참여정부 시절 천정배 법무장관이 검찰 수사지휘권을 두고 벌인 갈등도 사실상 대통령과 검찰의 대결이었다. 대통령의 대리인 격인 법무장관에 검찰이 정면으로 대응한 사건이다.

보통 대통령 임기 초에는 청와대에, 임기 말로 갈수록 검찰에 권력의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게 지난 25년간의 추세다. 가장 최근의 예는 참여정부 마지막 임채진 총장이다. 삼성으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특검에서 벗어진 직후인 2007년 11월 노무현 대통령은 그를 검찰 사령탑에 임명한다. 그리고 그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BBK의혹 수사를 지휘하는데, 결과는 ‘무혐의’였다. 이 대통령 당선 직후 그는 예상을 깨고 총장직을 유지하고, 노 전 대통령의 비리의혹 수사까지 지휘하게 된다. 비록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사퇴했지만, 전혀 다른 국정철학을 가진 두 정부에 예비 대통령 후보과 전직 대통령 수사를 모두 지휘하며 검찰과 정치와의 관계에 묘한 여운을 남긴 주인공이 됐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권재진 법무장관과, 이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인 한상대 검찰총장이 임기 말 법무부와 검찰을 맡고 있는 점은 정권 말 검찰권 통제에 청와대가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편 최근 잇단 검찰 비리와 검찰 내부의 갈등도 정권 말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특히 ‘실과 바늘’에 비유할 만한 관계인 검찰총장과 대검 중수부장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은 법무장관을 통한 청와대의 검찰 통제력이 바닥까지 추락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에 따라 대선 주자들이 내놓은 검찰 개혁안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 측이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정치권의 검찰개혁 시도를 방어해 왔지만, 스스로 내부의 문제점을 드러낸 만큼 더 이상 ‘성역’으로서의 특권을 누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익명의 한 법조인은 “1987년 민주화 덕분에 검찰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었는데, 이후 검찰은 임기 초에는 대통령에 고개를 숙이다, 임기 말이 되면 되레 현 정권과 미래 정권의 명줄을 쥐고 스스로의 힘을 꾸준히 키워왔다”며 “하지만 최근 사태에서 보듯 스스로 권력기관이 된 검찰이 결국은 내부 비리와 갈등으로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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