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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IT투자에 소홀한 증권사, 고객이 ‘호구’인가
급여·복리후생은 늘리면서
전산관련 비용지출은 줄여
비대면 비용절감 회사 독식
사고 나면 고객·주주에 피해
내부통제 차원의 감독 필요

금융서비스에서 고객과의 접점이 비대면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고객도 편해졌지만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점포비용과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을 크게 줄었다. 양질의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게 금융회사의 경쟁력이 됐다. 정보통신기술(IT)이 중요해졌다.

금융업 가운데 비대면이 가장 빠르게 진행된 곳이 증권이다. 투자자들이 지점을 굳이 찾지 않고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거래하는 시대가 도래한 지가 20년이 넘는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대세다. 거래가 편해진 만큼 빈도도 잦아졌다.

요율이 낮아졌지만 절감된 고정비와 증가한 거래대금으로 중개수수료는 여전히 증권사들의 주요 수익원이다. 거래 처리를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증권사들은 고객의 투자손익보다는 거래규모와 횟수가 중요하다. 거래 처리의 수단이자 고객과의 접점인 IT에 대한 증권사들의 씀씀이가 너무 인색하다.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를 보면 증권사들의 순이익은 2011년 1조4590억원에서 2021년 8조4500억원으로 6배 가까이 커졌다. 영업규모가 커지면서 판매관리비도 이 기간 5조1930억원에서 11조601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판관비 항목별로 보면 급여와 복리후생비가 2조8000억원에서 7조2210억원으로 2.6배 급증한 반면 전산운용비는 3410억원에서 6220억원으로 채 2배가 늘지 못했다. 판관비 가운데 전산운용비 비율도 2013년 7.4%를 정점으로 내리막을 타면서 지난해에는 5.4%까지 추락했다.

특히 8일 전산 사고가 난 한국투자증권을 보면 2011~2021년 기간에 순이익은 1810억원에서 9620억원으로 5.3배 불어났다. 판관비는 3670억원에서 9200억원으로 2.5배 늘었다. 순이익과 판관비 증가폭이 모두 업계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급여와 복리후생비는 2100억원에서 5950억원으로 2.8배 폭증하며 업계 평균을 웃돌았다. 전산운용비는 2011년 330억원인데, 지난해에도 역시 330억원이다. 2019년과 2020년에는 190억원과 290억원으로 10년 전보다도 적다. 판관비 대비 전산운용비 비율은 3.6%로 업계 평균에 못 미친다. 결국 소홀함이 사고로 이어진 셈이다.

비단 한국투자증권뿐 아니다. 주요 대형증권사의 지난해 전산운용비를 보면 삼성증권이 822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키움증권 764억원, 미래에셋증권 667억원 순이다. 신한금융투자와 NH투자증권이 각각 311억원, 309억원이다. 300억원 이상 쓴 증권사가 6곳뿐인 셈이다. 대형금융그룹 소속인 KB증권, 하나증권은 각각 244억원, 177억원을 썼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잡히는 47개 증권사 가운데 연간 100억원 이상을 쓰는 곳은 16곳뿐이다.

지난해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이 쓴 판매관리비는 각각 83억원, 76억원이다. 이중 전산운용비는 각각 57억원과 9억원이다. 판관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8%, 12%에 달한다.

접점이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바뀌더라도 고객 서비스가 유지돼야 금융회사는 그에 대한 적절한 대가를 받을 수 있다. 결국 IT기술이 중요하다. 지금의 IT기술은 예전 전산실에서 하던 지원 업무 수준이 아니다. 고객과 만나는 최전선이다. 이제는 금융뿐 아니라 모든 기업에 IT는 필수다. IT를 홀대한다면 고객을 소홀히 여기는 것과 같다. 예전 금융회사의 투자는 사람에 집중됐지만, 이제는 IT관련 투자가 중요해졌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이 금융회사의 핵심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금융회사들도 이제 연구개발(R&D) 투자 차원에서 IT에 접근할 때다.

금융감독당국도 이제 금융회사들의 전산 부분을 내부통제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불완전판매도 고객에 피해를 주는 위법이지만, 전산 장애로 인한 고객 불편도 결국 금전적 손해를 유발한다. 사고가 커진다면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 주주입장에서는 주요한 경영상 위험이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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